[현장잇슈] 강남 그 물난리 뒤…다시 가보니 "이래도 버리실 거예요?"
저희 취재진이 아침 일찍부터 찾은 곳, 바로 강남역 거리 일대입니다.
기록적 폭우가 쏟아졌던 지난해 8월 8일,
이곳 강남구 일대는 시간당 116mm의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침수됐었는데요.
비가 워낙 한꺼번에 많이 온 탓도 있었지만, 빗물이 제때 잘 빠져나가지 못한 게 컸습니다.
바로 이런 빗물받이를 막은 쓰레기들과 낙엽, 토사물들이 한몫했는데요. 과연 지금은 어떨까요?
이곳 대치동 일대는 쓰레기 때문에 빗물받이가 자주 막힌다는 신고가 잦은 집중 민원 지역 중 하나인데요.
제 뒤로 보시는 것처럼 이렇게 빗물받이 청소 업체 직원분들이 일일이 손으로 젖은 낙엽을 걷어가면서, 치우고 있습니다.
한번 이 일대를 둘러보면서, 빗물받이 실태가 어떤지 한번 점검해 보겠습니다.
"(집게로 하면 번거로운 이유는 뭐예요?) 집게로 하면 낙엽이 물에 젖어서 딱 달라붙어 있잖아요, 잘 안 떨어져요. 손으로 작업을 빨리하기 위해서...낙엽이 딱 걸린단 말이에요. 물이 여기 정체가 되는 거예요. 침수 피해의 원인이 되는 거죠."
"(보통 대로변 점검하시면, 이거 몇 통은 채우세요?) 몇 통이 아니라, 이 트럭차로 하루에 몇 대씩 나와요."
서울 시내 이런 빗물받이가 56만 개 정도 된다고 하는데요. 하루에 치우는 개수만 600개가 된다고 합니다.
"하루 걷는 게 한 10km에서 11km 정도 되네요."
저희가 업체 직원분들을 한 20분 정도 동행해 따라다녀 봤는데요. 금세 트럭 한쪽에 젖은 낙엽들이 한가득 모였습니다.
큰 대로변은 비교적 관리가 잘 되고 있는거 같지만 안쪽 이면도로로 좀 더 들어와 봤는데요.
고지대에서 밀려 들어온 흙들이라든지 각종 먼지가 쌓여서 빗물받이통을 가득 메웠던 상태입니다. 지금은 일부 걷어낸 상태인데요.
만약에 이곳을 치우지 않으면 (폭우 때) 더 낮은 지대인 아파트 뒤쪽으로까지 물이 고일 수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해 강남역 침수처럼) 똑같은 경우를 또 당하면 안 되잖아요. (근데) 여기 도저히 들어갈 수 없는 물건들. 페트병 ,캔 종류 이건 어떻게 들어갔는지 모르겠어요."
낙엽이야 걷어내면 되지만 이런 물에 젖은 흙더미들은 일일이 집게를 활용해서 걷어내야 하기 때문에 그 무게도 상당하다고 합니다.
각종 찌꺼기라든지 흙더미들 때문에 입구 쪽이 들러붙어서 일일이 이렇게 빗자루로 청소를 해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이거는 지금 아스콘 포장하면서 잔량을 여기다 밀어 넣어서..지금 굳어버렸잖아요. (꽉 막혀 있는 상황인 거네요? 어머 이건 들지도 못할 거 같은데요?) 쇠 지렛대좀 가져와. 안 나오잖아."
"(악취 방지시설이 (덧대진) 만큼 재질 상 플라스틱 같은데 어떤 위험이 있어요?) 담배꽁초를 버릴 때 불 끄고 버리지 않기 때문에, 불이 플라스틱 부분에 닿게 되면 그 부분이 녹아서 담배꽁초가 붙어 있어요. 하나하나 쌓이고 쌓여서 뒤덮는 현상이 벌어지는 거죠."
"(제대로 하고 있는 거 맞나요?) 아뇨 잘 못하시는 거 같아요. 여기를 한 손으로 잡으시고 이렇게 이렇게 (와, 이거 엄청 무거운데요? 나뭇잎에 들러붙은 담배꽁초들이 이렇게..) 자꾸 안으로 더 넣고계신데.."
저희가 강남역에서 좀 안쪽으로 들어와서 도로 곳곳을 살펴보고 있는데요.
이쪽으로 와보시면요. 빗물받이가 이렇게 나무판자 덮개로 가려져 있어서 빗물이 들어갈 수 없고
게다가 곳곳에 담배꽁초들이 수북이 쌓여있는 모습들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덮어놓으신 이유가 좀 있어요?) 담배로 인한 화재 위험이 있으니까 담배 많이 피우잖아요. 금연 팻말 해놨어도, 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지 담배를 많이 피워."
국립재난안전연구원 한 실험에 따르면요.
시간당 100mm의 비를 가정했을 때 이 빗물받이 덮개를 3분의 2정도 가렸을 땐 수위가 1.6배 빨라지고요.
빗물받이 덮개가 완전히 막혔을 땐, 단 5분 만에 도로 침수 기준인 연석 높이, 19cm까지 차올랐습니다.
"도시 지역은 거의 '불투수층'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비가 오면 땅속으로 스며들지 않고 바로 유출로 이어지거든요. (도심) 빗물받이 덮개가 전체적으로 막혔다고 가정하면, 침수 면적이 2배에서 3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요즘 같은 장마철, 갑작스러운 폭우에 우리 일상에 있는 이런 빗물받이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저지대를 향할 수밖에 없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물은 항상 아래로부터, 가장 낮은 곳부터 차오른다는 말을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영상 취재 함정태
편집 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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